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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29 D-100... 2
항상 그렇듯이 집에 도착하여 짐을 던져놓으려 하는데, 책상위에 정체불명의 봉투가 놓여 있다. 포장이 예쁜 것으로 봐서 선물같은데...오늘이 무슨 날인가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궁금증에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국시응원 초콜렛이다. 누가 이런 걸 챙겨줄까 고민 중에 카드를 확인하고 보니 동생이 챙겨 준 것이다. 다섯 살이나 어리다고 내가 너무 어리게만 생각했나... 정말 기특하고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벌써 국가고시를 100일 앞두게 되었다. 항상 선배들을 응원하고 시험장에 새벽부터 자리잡고 학교 선배, 동기, 후배들과 함께 목청 터지도록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며 응원했던 내가 이제 입장이 바뀐채로 100일 후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을 치러 가게 된 것이다. 정말 시간은 빨리가지 않는가!
과거 수능 100일전에 뭘 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하지만...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100일 남았다고 백일주를 먹고 이런저런 걸 한다고 부산을 떨 때, 나는 어려서 별 생각이 없었는지, 남들이 뭘 하든 개의치 않은건지, 아니면 단순히 별로 신경을 안쓴건지... 여튼 그 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게다가 학교를 수시 2학기로 붙게 되었기에, 수능에 대한 긴장이나 강박 등도 없었다.
이제서야 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면...모순적이지만 참 재미없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강요로 멋도 모르는 예과 2학년 여름방학때 갔던 청년슈바이쳐 아카데미에서 너무나도 좋은 인연을 맺고 아직도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고, 친구들과 같이 스키장에 1박2일 놀러간 적도 있었고, 예과 학생회를 하면서 축제 때 같이 노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조이풀 보이스... 정말 나중에 다시 동아리를 들게 되어도 조보를 선택할 것 같다.
여튼 이렇게 많은 추억을 준 곳을 100일이 지나면 떠나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는가...
다시 고3때를 생각해 본다. 100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문제집들이 쏟아지듯이 나오고, 방송수업에서도, 선생님들도 100일이라는 기간이 짧지만 긴 시간이라고 열심히 하라고 했다. 사실 지금 100일을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같다. 수능 때는 최소한 어떻게 대비를 할지 계획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너무나 막연하게 공부를 하는 기분이다. 퍼시픽과 동화와 파워를 찾아가면서 공부하다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퍼시픽만 보다가도 '이것만 봐서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내 모습을 보면 참 내가 봐도 한심하다. 이게 공부를 못하는 사람의 심정인가?라는 생각이 문뜩 들기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를 하고 다시 책을 잡아본다.
100일,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시간. 보람차게 보내어 후회가 없도록 하자.
다시 한번, 진혁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