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일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07 DCMC IM Int. 보고서 1
  2. 2009.07.12 09년 7월 10일 GS PK 당직 보고서 2

DCMC IM Int.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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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시 15분.
A10W에 도착하면 반기고 있는것은 또아리를 틀고 있는 바코드들.
처음보는 광경에 어처구니 없지만, 당황스런 마음을 진정시키고
바코드를 붙이면서, 내과의 온것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나는야 IM Sampler/dresser 1주차.

<주: IM-Internal Medicine(내과)>

#2.
처음으로 내과에서 sample한 환자가 1001호로 옮겼다.
간호사 Station과 가까운 곳일수록 중환이라는것.
용태가 나빠졌나? 자세한 내역도 모르고 나는 그저 나와있는 처방을 이행하는데 바쁘다.

<Sample: 체혈>

#3.
일 하나를 해놓으면 하나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상황.
정말 일을 계속 해야 넘치지 않을 정도의 loading이 유지되는 상황.
월요일이라 더 그렇다고는 하는데...
같은 층에서 일하고 있는데 꼭 연락해서
'신환 채혈있어요~' 한번 날리고 끊는 수많은 전화들이
그렇게 원망스러울수 없다.

#4.
저녁식사중.
밥먹는것을 핑계(?)로 채혈 하나를 조금 미뤄두고 밥을 먹는데,
ambu bagging하러 오라고 연락이 온다.
입에 밥을 몇숫갈 꾸역꾸역 더 넣고 급히 뛰어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보호자를 만나는데,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환자분 상태가 안좋다고 그러네요'라고 이야기를 꺼낸다.
누구 보호자인지 기억 못하고 어렴풋이 있다가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ambu를 잡는데, 보니 내가 내과에서 처음 채혈했다는 그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이야기했떤 보호자도 같이 서 있다.

몇분 뒤, 환자는 5층 ICU로 옮겨진다.

<ambu: 환자가 자발호흡이 잘 안되거나 입에 대고 산소를 불어넣어줄때 쓰는 도구>

#5.
오늘 나는 ICU당직. (속칭 '아당'이라 부르며, ICU와 구관 전체를 본다)
ICU로 옮겨진 환자 체혈을 가면서, 지난주까지 있었던 CS의 공력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내 자신을 원망하면서 ICU로 향한다.
환자분 체혈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옆에서 glucose확인을 하잔다.
확인결과 '18'. 다시 확인해보니 결과는 '20'

응급실에서 hypoglycemic state로 온 환자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의식 떨어지고 ventilator까지 달린 환자에서는 전혀 의심도 안했기에...
간호사의 안목에 조금 놀란다.

채혈하고 얼마 안있어서 또 추가샘플이 있길래,
미리 조금 많이 뽑아서 몇병 더담을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ICU: Intensive Care Unit, 집중치료실
  CS: Chest Surgery, 흉부외과, 병원따라 TS라고 불리기도 한다
  Glucose: 혈당
  Hypoglycemic state: 저혈당
  Ventilator: 인공호흡기>

#6.
자다가 나를 깨운 전화 한통.
"선생님. ICU입니다. CPR이요."
정신만 차리고 빨리 달려간다.

확인해보니 오늘 내가 워드에서 모시고온 바로 그분.
방금 DNR을 받은 상태라 CPR은 안 칠것 같다고
간호사가 괜히 설명해준다.
아마 내가 화를 낼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와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신없이 내려갔는데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의외로 일은 빨리 진행 되었고 그냥 조용히 상황은 종료되었다.
당직의의 선고 후 빠른 정리가 이루어졌다.

옆에 있는 할머니가 궁금한지 계속 쳐다본다.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정리를 다하고 괜히 손을 씻는다.
간호사들은 다했으면 가도 된다고 하는데, 괜히 환자가 나가기 전에 나가려니
왠지 모를 미안함이 몰려온다.

<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그리고 또 몰려오는 생각은...
내과라는 과에 대한 회의감이랄까...무상함이랄까...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밤이다.

And

09년 7월 10일 GS PK 당직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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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전 8시 첫 OP를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자주하지도 않는다는, 그리고 어제도 했던 KT(Kidney Transplant; 신장이식)을
오늘도 응급으로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경대에서 갑자기 cadaver donor가 생겨서...
아마 낮에는 할 시간이 없을테니 나머지 수술들이 끝나고 할 것 같다고...
고로 당직이 들어와야 할 것 같다고....

이날 당직은 다름아닌 나 -_-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을 못차리고 stupor한 상태로 피도를 연연하고
대회진도 갔다오고 하니...
어연 시간이 5시 15분...

당직이 6시부터 시작되니 금방 머라도 먹고 와야지라는 생각에
누구랑 뭘먹지 고민하는 도중에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전화.

"준혁이가??"

낮익은 4년차 쌤의 목소리다.... (동아리 선배~♡)

신장을 받으러 경대병원까지 가자는 것이다.
'PK가 이런것도 따라가는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갔더니 역시나....
"역대 PK역사상 처음으로 네가 donor한테 받으러 가는거지 싶다"라는 말씀;;;;

이전 인간극장에 우리병원 GS가 나왔을때 봤던 장면을 내가 재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앰뷸런스 뒤에 타서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들은 경대병원에 도착.
(앰뷸런스 기사분들의 운전 실력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정말 빠르다!!)

어영부영 좀 해매다가 (선배도 경대병원은 처음이라고 하셨음;;;-_-)
어렵사리 3층 OR방을 찾아서 갱의실에서 옷갈아입는데....
소심한 나는 레지던트 갱의실을 안따라가고 PK갱의실로 들어갔다가
"어디갔노? 이리오너라 -_-"라는 핀찬에....
레지던트 갱의실에서 같이 옷갈아입음;;;

(타교 갱의실은 처음이었는데...우리 갱의실보다 좀 더 시설면에서는 좋았다.
번호로 잠그는 사물함이 충분히 있었고 샤워실도 마련!!!
하지만!!!!!!!!!! 누워잘수 있는 소파/의자가 없었는건은 절대단점!!) 

아이스박스를 들고 15번방으로 갔는데....
장기적출하다가 incidental하게 gastric wall thickening이 발견되어서
내시경으로 확인해봐야 한다는 소식;;;;;;

이때부터 옆방에서 계속 waiting하면서....
우리의 간절한 바램이 시작되었다....
나도 그랬지만....하루종일 OP를 들어가있었던 쌤이야말로
진정으로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결국 내시경상으로 huge ulcer가 있으나 아마 malignancy일 가능성은 채 5%정도일거라고...
이 말을 남기고 경대병원 내과선생님은 사라지셨고
우리는 초조하게 biopsy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연 한시간이 되어서.....
결과는 malignancy는 아님....
하지만! signet ring cell이 존재해서 완전 R/O은 못하는 상황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보호자에게 의사를 물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우리는 본원으로 전화해서 경주에서 온 recipient에게 의사를 물어봤으며
결국 recipient는 refuse하고 KT 자체는 취소되었다.

오는 길에 쌤은 내 손을 잡으면서,
"네 공력은 좀 대단한거 같다."
라면서 칭찬아닌칭찬(?)을 해주셨고,
우리는 앰뷸런스를 타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돌아왔다.

결론은 KT는 물건너감 -_-

#2.

친구가 저녁 9시쯤에 가면서 보낸 문자,
"야 ER에 앰뷸런스 6대나 와있다;;;ㄷㄷㄷ"
이정도는 날 충분히 긴장하게 했으나,
의외로 이날 GS OP는 하나도 없었다.
평온한 밤이었다.

#3.

정말 KT가 처음 떴을때는 내 자신의 운명(?)을 너무나 원망했다.
작년 당직때 무려 staff인 무서운 Prof. K와 밤새 수술을 같이했던 기억이 나면서
나의 당직은 이럴 운명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친구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얼핏 든 생각이,
과연 그 graft를 받지 못하게 된 환자는 어떨까......

가장 중요한 patient의 well-being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이다.

본과 4학년때 의료윤리 수업과
예과시절때 그 많은 의학개론수업과
심지어 대학면접때 환자에게 봉사하고 Patch adams를 일컫으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싶다는 맘은 어디 간건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떤 직종에서든지
결국 사람이 자신의 편익을 찾게 되는것이 당연한것이라며
그런 생각이 들었는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물론 전적으로 틀린 말 같지는 않다.
사람이 자기자신 없이 남이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하기에...
(물론 이것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것이 정말 어렵기에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인/성인 등으로 부르며 존경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당직 일을 계기로...이렇게 기록을 남기며
다시 예전의 그 마음을 어느정도나마 되찾으면 좋겠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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