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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07 [2013休-제주도] Da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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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오름 올라갈게요~ 6시 10분까지 나오시면 됩니다~'
소낭에서 유명한 아침 오름관광이다.
시계를 확인하니 시간은 5시40분경.
전날 밤늦게까지 먹은 탓인지,
주종이 여러가지 뒤섞여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일어나기 매우 어렵다.
졸린상황에서 머리를 굴려본다.
아침에 어차피 지미오름 오를껀데 오름이 왠말이냐.
저거 따라갔다간 낮에 피곤해 일정 더 꼬일껄?
머리속이 잡다하다.
쉬러 온 휴가.
쉬기로 했다.
-
8시쯤 되니 정신이 든다.
오름 관광을 따라갈껄 그랬나는 약간의 후회가 몰려오며
마치고 오려면 시간 한참 걸리겠지? 하는 생각에
씻고 짐을 정리하며 나설 준비를 간략히 하는 중,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갔다온 것이었다.
잠시 드는 생각.
아.
갔다올껄.
허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로 하고
같이 아침식사를 한다.
이유가 딱히 없지만 왠지 편하지만은 않았던 게스트하우스라
안타깝게도 정이 별로 가지 않는다.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그래도 몇몇 친해진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선다.
-
지미오름 혹은 지미봉.
아침에 출발하면서 같이 방을 썼던 분들이서
나보고 어디가는지 묻고
3명이서 같이 가려고 했다.
근데, 게스트하우스 스탭분이 어디가는지 들으시더니....
갸우뚱 갸우뚱...
'거기 올라가는거 힘드실텐데....'
결국 두 분은 우도와 일출봉으로 가기로 하고
나는 혼자 지미봉을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량이 몇 대 보이지 않았다.
둘레길과 탐사로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왠지 둘레길은 정말 옆으로만 갈 것 같다는 생각에
탐사로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계속 드는 생각,
'운.동.하.자.'
물론 대구에 돌아가기만 하면 생각은 바뀌겠지.
그러나
올라가면서 어렴풋이 한번씩 보이는 절경
그리고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
이 두가지가 나를 산 정상까지 끌어올려 준다.
도착한 정상.
절경이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외도-일출봉-한라산-애월리까지 절경이 이어진다.
날씨마져 좋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너무나 멋진 경치에 모든 것을 잊는다.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근 30분을 있었다.
안타까우면서도 놀라운 것은,
그 긴 시간동안
오르고 내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근 1시간 반 동안
단 한명의 관광객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왠지 유수의 관광지 속에서
나만의 절경
나만의 장소를 찾은 느낌에
괜히 기분이 좋다.
-
정상에서 내려와서 고민하다가,
서편으로 어차피 건너가야 하기에,
제주시를 거치는 동안 올레국수를 들리기로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커피한잔을 하고 싶은 생각에
월정리에 아일랜드조르바가 있다는 것이 기억난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넣고 이동하는데,
왔던 길과 동일한 길로 안내한다.
도착해서야 뒤늦게 기억해보니,
어제것 저녁에 계속 있던곳이 월정리다.
바보.
- 곰아저씨 커피 (코리아노?)
전날 서연의집에서 먹은 커피의 아픈기억을 다 잊게 해줬다.
진하면서도 멋진 향이 나는 것이, 아는남자 커피가 생각나더라.
Tea time 이후 조금 앉아있을까 했지만,
왠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그리고 약간씩 지는 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
먼저 제주시에 올래국수를 갈까 하여
제주시를 향해 가던 중,
색다른 것을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해녀촌 회국수를 가기로 한다.
마침 네비게이션상에도
바로 근처로 나온다.
해녀촌이라는 말 그대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엄청 기다리고
할머니 내지는 나이많으신 아주머니들이
천천히 음식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도착하여 보니,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정신없이 다니면서 세팅 및 음식준비도 총알처럼 이루어진다.
혼자 회국수를 시켜서 먹고 있으니
얼마 있지않아 소규모 단체들이 들이닥치고,
반쯤 먹어가니
다 먹어간다고 앞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그대로 빨리 먹고 일어서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상 위에 흰 전지를 걷고 새것을 준비하며
바로 손님들이 앉는다.
맛? 비빔국수는 역시 양념맛이다.
새콤달콤하고 적당히 매운것이 식욕을 돌개 하고
미역국도 적당히 맛있지만,
너무 급하게 먹어서인지 모르지만
인상적으로 '아 이맛이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비빔국수는 부산에 국제밀면이 최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배도 든든히 하고,
또다른 사진 포인트인
'새별오름 왕따나무' 를 찾아간다.
두모악에서 나는 이 사진을 보지 못했다.
허나 광고에서 보듯이 두 오름 사이에 위치한 나무는 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전에 조금 개었던 날씨가 더욱더 나빠지고 있었지만
이 곳을 확인해보기로 한다.
첫째날 엉뚱한 곳을 찾아갔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재차 확인하고 확인하여 도착한다.
길도 없고
인도도 없고
거의 2미터에 육박하는 도랑을 건너야
촬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오히려 접하기 힘든 곳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곳
그런 곳이 더 정감이 간다.
날씨가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바닷가에서라도 낚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차귀도로 향한다.
-
차귀도에 도착하자 발견한 것은,
비
바람
그리고
높은 파도.
배는 커녕 낚시도 불가능해 보였다.
날씨도 더욱더 악화되어
사진찍기에도 마땅치는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서려다,
길 가에 몇개 들어서 있는 건어물 매대가 보였다.
지난번 친척내 식구들과 밥먹으면서
'요즘 한치가 철이에요' 라는 말을 들었다.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한치 있냐고 물으니
때묻은 아이스박스에서 꺼내서 보여준다.
맛있다고 괜찮다고 하나 사가라고 한다.
주름이 자글자글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천원 깎아준데서 천원 더 애누리해서 달라고 하니
말없이 봉지에 담아주신다.
얼굴을 찍어드렸으면 좋았을텐데
뒤늦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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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을 갈지 숙소로 돌아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왠지모를 피곤함에
숙소로 차를 돌리게 된다.
오늘 숙소는 봄날 게스트하우스.
사진으로는 정말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소낭보다 좀 새롭게 지었는지
인테리어 및 외관, 홈페이지 모두
조금 더 단정해 보였다.
날씨 탓일까?
사진만큼 멋지지는 않았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는 확실히 운치있었다.
이른시간 도착하여서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옆에 있는 봄날까페에서 커피 한잔 먹으면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저녁때.
이곳은 저녁에 맥주파티가 있는 대신,
저녁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 하였다.
이때 갑자기 발생한 오기로.
제주도에 왔는데 오겹살 한번 못먹고 가면
너무 서럽다는 생각이 들어,
사장님께 주변에 괜찮은 집 추천받아 방문하여,
주인아주머니의 의구심 가득한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고기집에서
나 혼자 오겹살 2인분을 먹고 나오는
기염(?)을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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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해수욕장 근처 다시정으로 기억한다.
혼자 먹어서 고기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맛은 있었다.
그러나 혼자 2인분이 많았는지
제주도 특유의 달달한 된장에 공기밥은 먹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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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날씨가 조금 괜찮아지는 듯 하여
주변 곽지해수욕장을 조금 거닐고
숙소로 들어와서 보니,
어느새 몇 분이 도착하여 있었다.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봄날 게스트하우스의 인기견인
봄이/여름이/가을이 (기억이 가물가물...)
이녀석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맥주파티가 시작되었다.
조금 일찍부터 와서 덜 피곤해서 였는지,
사람들이 좀 더 잘 맞았는지.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면허가 없어 버스로 다녀 힘들다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두명
금요일부터 짤막한 2박3일 여행으로 getaway하신 대학병원 실험실에 계신다던 누님
학기 끝날때마다 제주도를 온다며 여자친구와 이별 후 내일이 생일이라는 동갑내기 음악선생님 친구
김해에서 온 친구와 형님들 두분.
나이와 상관없이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어느새 밤은 깊어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abstract : 소낭-지미오름-월정리/아일랜드조르바-동복리해녀촌-새별오름-차귀도-봄날(곽지해수욕장)>>
<< all photos taken with samsung galaxy s3 / canon eos-5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