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C IM Int.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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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시 15분.
A10W에 도착하면 반기고 있는것은 또아리를 틀고 있는 바코드들.
처음보는 광경에 어처구니 없지만, 당황스런 마음을 진정시키고
바코드를 붙이면서, 내과의 온것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나는야 IM Sampler/dresser 1주차.

<주: IM-Internal Medicine(내과)>

#2.
처음으로 내과에서 sample한 환자가 1001호로 옮겼다.
간호사 Station과 가까운 곳일수록 중환이라는것.
용태가 나빠졌나? 자세한 내역도 모르고 나는 그저 나와있는 처방을 이행하는데 바쁘다.

<Sample: 체혈>

#3.
일 하나를 해놓으면 하나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상황.
정말 일을 계속 해야 넘치지 않을 정도의 loading이 유지되는 상황.
월요일이라 더 그렇다고는 하는데...
같은 층에서 일하고 있는데 꼭 연락해서
'신환 채혈있어요~' 한번 날리고 끊는 수많은 전화들이
그렇게 원망스러울수 없다.

#4.
저녁식사중.
밥먹는것을 핑계(?)로 채혈 하나를 조금 미뤄두고 밥을 먹는데,
ambu bagging하러 오라고 연락이 온다.
입에 밥을 몇숫갈 꾸역꾸역 더 넣고 급히 뛰어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보호자를 만나는데,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환자분 상태가 안좋다고 그러네요'라고 이야기를 꺼낸다.
누구 보호자인지 기억 못하고 어렴풋이 있다가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ambu를 잡는데, 보니 내가 내과에서 처음 채혈했다는 그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이야기했떤 보호자도 같이 서 있다.

몇분 뒤, 환자는 5층 ICU로 옮겨진다.

<ambu: 환자가 자발호흡이 잘 안되거나 입에 대고 산소를 불어넣어줄때 쓰는 도구>

#5.
오늘 나는 ICU당직. (속칭 '아당'이라 부르며, ICU와 구관 전체를 본다)
ICU로 옮겨진 환자 체혈을 가면서, 지난주까지 있었던 CS의 공력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내 자신을 원망하면서 ICU로 향한다.
환자분 체혈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옆에서 glucose확인을 하잔다.
확인결과 '18'. 다시 확인해보니 결과는 '20'

응급실에서 hypoglycemic state로 온 환자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의식 떨어지고 ventilator까지 달린 환자에서는 전혀 의심도 안했기에...
간호사의 안목에 조금 놀란다.

채혈하고 얼마 안있어서 또 추가샘플이 있길래,
미리 조금 많이 뽑아서 몇병 더담을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ICU: Intensive Care Unit, 집중치료실
  CS: Chest Surgery, 흉부외과, 병원따라 TS라고 불리기도 한다
  Glucose: 혈당
  Hypoglycemic state: 저혈당
  Ventilator: 인공호흡기>

#6.
자다가 나를 깨운 전화 한통.
"선생님. ICU입니다. CPR이요."
정신만 차리고 빨리 달려간다.

확인해보니 오늘 내가 워드에서 모시고온 바로 그분.
방금 DNR을 받은 상태라 CPR은 안 칠것 같다고
간호사가 괜히 설명해준다.
아마 내가 화를 낼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와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신없이 내려갔는데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의외로 일은 빨리 진행 되었고 그냥 조용히 상황은 종료되었다.
당직의의 선고 후 빠른 정리가 이루어졌다.

옆에 있는 할머니가 궁금한지 계속 쳐다본다.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정리를 다하고 괜히 손을 씻는다.
간호사들은 다했으면 가도 된다고 하는데, 괜히 환자가 나가기 전에 나가려니
왠지 모를 미안함이 몰려온다.

<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그리고 또 몰려오는 생각은...
내과라는 과에 대한 회의감이랄까...무상함이랄까...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밤이다.

And

DEAD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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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lost cause.....

And

3월 인수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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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인턴근무도 한달이 넘어섰다...
3월동안 ER 4주 근무와 N3(NE+OT)를 돌다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아직까지도 매주마다 스케줄이 바뀌는것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 있고 하지만,
힘든과를 할 때에는 1주일만에 끝나고 다음주에 또다른 과에서 시작을 한다는게
다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면 4주간 있었던 내가 할말은 아니겠지??

응급실을 돌기 전에 1주일간 GS에서 인턴생활 맛보기를 하고 가서 그런가??
확실히 응급실에 있을때는 내가 의사라는 것을 좀 더 느끼는 것 같다.
물론 하는것이라고는 환자들에게 chief complaint를 물어보고
문제 해결에 적절한 과로 연락을 드리고
가장 적합한 치료가 이루어지게 하는게 전부이지만,
샘플/드레싱/수술보조등의 그림자같은 역할만 하는 것보다는
어찌보면 좀 더 환자와 직접 대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 아닐까??

(물론 과정중에 엄청 까이면서 이런저런 각과들 전공의들에게 혼날때는
정말 내가 뭐하려고 이러는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 환자가 잘 치료받으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하는것 아닐까??)

응급실에 있으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도 많이 봤고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러명 봤다.
방금전까지 나에게 이런저러한점이 불편하다 했다가
수시간 뒤에 갑자기 돌아가시는것을 보고나면
정말 무상함을 느끼고,
죽을듯이 힘들어하다가도 적절한 medication과 치료로
언제 그랬냐는듯이 돌아가는 사람들도 보면,
그래도 의학이 참 위대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응급실에는 4주간 있다보니 사람들과 정도 많이 생긴 것 같다.
1주일만 하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은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데...

뭐 각자 일장일단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응급실근무...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 8월에 한번 더 돌게 되는데...
그때가 기대된다....
(그래도 깔끔하게 2교대로 12시간씩 오프가 있는것이 얼마나 좋은가!!)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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